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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관련 법안 발의 153건…본회의 문턱 넘은 건 고작 4건

올해 상반기 국회, 발의는 활발하지만 실질적 입법 성과는 저조…탈시설 핵심 조항은 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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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국회에 제출된 전체 제·개정 법률안은 총 3,107건. 이 가운데 장애 관련 법안은 153건(4.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발의 건수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4건(2.6%)에 그쳤다. 법안 발의 이후 위원회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표류하거나 폐기되는 셈이다.


유형별로 보면 「장애인복지법」 관련 개정안이 50건으로 가장 많았고, 특정 장애 유형을 포함한 ‘장애포괄법’이 103건을 차지했다. 발의 빈도 상위 법률은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각각 6건씩 발의됐다. 이는 복지·의료 분야에서 여전히 제도 개선 요구가 높음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가장 주목받은 법안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이다. 이 법은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주거 환경 개선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나, 당초 초안에 포함됐던 ‘거주시설 전환’ 관련 구체 조항은 심사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로 인해 탈시설을 촉구해온 장애인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경계선지능인 자립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 김예지 의원의 ‘시청각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5월과 6월에 제출됐다. 두 법안 모두 해당 장애 집단을 단순한 복지 수혜자가 아닌 헌법적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며, 맞춤형 자립지원 서비스와 권익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발의된 법안 중 일부는 사회적 반발로 조기 철회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인철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온라인상에서 자폐성 장애인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을 제한하고 처벌 근거를 마련하려 했으나, 일부 종교계 단체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제기하면서 발의 6일 만에 철회됐다. 해당 사건은 혐오 표현 규제 필요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사이의 갈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전문가들은 장애 관련 법안 발의 건수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음에도, 통과율이 극히 낮은 현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복지정책 연구원은 “법안 발의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에 불과하다”며 “핵심 조항이 심사 과정에서 삭제되거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해관계 조정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보다 권익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계와 사례는 장애인 정책 입법 과정에서 양적 확대보다 질적 완성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드러낸다. 발의된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장애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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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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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애인 교육과 복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드립니다. jnews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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