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를 불쌍하게 쳐다볼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휠체어를 이용하는 최모 씨(65, 지체장애 1급)의 고백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최씨는 최근 몇 달째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생활은 꿈도 꾸기 어렵고, 외출도 꺼려진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과 편견, 이동의 제약, 경제적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그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제가 이렇다는 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어요. 그냥 저만 약해진 줄 알았죠." 최씨는 결국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지만, '치료는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사의 말에 또 한 번 좌절감을 느꼈다고 한다.
장애인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 비율 또한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이 사회에서 겪는 구조적인 차별과 고립감에서 비롯되는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 때문이다.
이동의 제약, 정보 접근성 부족, 고용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특히, 능력과 관계없이 '장애인'이라는 낙인 때문에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동정과 멸시의 시선을 받는 경험은 자존감을 크게 훼손하고 무력감을 심화시킨다.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기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적절한 심리 지원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더불어, 장애 자체에 대한 편견이 겹치면서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게 된다.
설령 용기를 내어 상담 기관을 찾더라도,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상담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담 시설, 경제적 부담 등이 장애인들의 정신 건강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가로막는다. 한 장애인 복지 관계자는 "장애인들은 이동의 제약 때문에 센터에 오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찾아가는 상담이나 비대면 상담 서비스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들도 장애인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도움을 줘야 할지 몰라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김선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장애인의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는 사회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이동권 보장, 고용 확대, 정보 접근성 개선 등 사회 전반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환경 구축이 가장 근본적인 정신 건강 증진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애인 맞춤형 심리 상담 프로그램 개발 및 확충, 찾아가는 서비스 활성화, 그리고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다양한 삶의 한 형태로 존재하는 인간'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인식 변화다.
최씨가 다시금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그들의 '마음의 그림자'를 밝히고, 건강한 삶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정신 건강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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